3월 06, 2022

장염 비브리오 식중독과 비브리오 패혈증(만성 간질환 환자 주의!)


Vibrio spp.


일반적인 식중독균은 분변 오염과 관련되어있습니다. 위장관계를 감염시키는 병원체는 위장관계로 들어가야만 감염이 일어나고, 위장관계를 통해 배출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비브리오는 수질 오염과 관계 없이 깨끗한 물에서도 존재하는 세균입니다. 보통의 식중독균이 분변에 의한 수질오염과 관련되어 있는 것과는 조금 다르죠.

대부분 비브리오 세균은 호염균입니다. 세균의 삼투압이 바닷물에 적합합니다. 바닷물의 온도가 증가하거나, 해산물을 실온에 방치하면 비브리오 세균이 매우 잘 증식합니다. (Vibrio cholerae처럼 민물에서 서식하는 세균도 있긴 합니다.)

Vibrio-oyster

이 글에서는 비브리오 식중독 중에서 장염 비브리오 식중독과 비브리오 패혈증 2가지를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장염 비브리오 식중독

원인균 : Vibrio parahaemolyticus

Vibrio parahaemolyticus는 장독소를 생성하고 용혈반응을 일으키는 호염균입니다.

Vibrio parahaemolyticus는 장독소(enterotoxin)을 분비합니다. 장독소에 의해 장관계 세포가 파괴되면 수양성 설사가 일어납니다. 장관계의 세포가 파괴되었기 때문에 염증 반응이 일어나고, 염증성 설사 또한 일어납니다. 위장관계는 영양분을 흡수하기 위해 혈관이 매우 발달해있습니다. 장독소에 의해 혈관이 파열되면 혈액성 설사 증상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Vibrio parahaemolyticus 적절한 온도만 갖춰지면 증식하는 속도가 매우 빠른 세균입니다. 그래서 바닷물 온도가 상승하는 여름철에 주의해야하지요. 우리나라 바다에서도 여름철에 바닷물 온도가 17도 이상으로 상승하면 Vibrio parahaemolyticus가 흔히 검출되곤 합니다.

가나가와 현상

바닷물이나 어패류에서 유래한 균은 대부분 용혈소를 생산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용혈성이 없지요. 

그런데 환자에서 분리된 비브리오 균주를 혈액 배지에서 배양했더니 β-용혈을 일으키는 현상이 발견됩니다. 그래서 이들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정말로 용혈소를 생산하지 않던 비브리오 세균이 환자에 감염된 이후에는 TDH를 생산하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를 가나가와 현상이라고 합니다.

TDH는 thermostable direct hemolysin의 약자입니다. 내열성 용혈독이라는 뜻이지요. 가나가와 현상에서 환자에서 분리된 균주는 TDH를 생산하는 균주입니다.

비브리오 패혈증

원인균 : Vibrio vulfinicus

Vibrio

비브리오 패혈증을 일으키는 원인균인 Vibrio vulfinicus는 호염성이며 운동성을 갖춘 그람 음성 간균입니다. 주위 환경에 철분이 있으면 증식을 잘 하는 호철성 세균입니다. 

바닷물에 피부 상처가 노출되면 Vibrio vulfinicus에 감염될 수 있습니다. Vibrio vulfinicus 수온 18도 이상 시기에 증식하는 세균이기 때문에 여름철 바닷가에서 감염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지요. 

그러나 감염과 발병은 구분을 하셔야 합니다. V. vulfinicus에 감염이 되었다고 반드시 비브리오 패혈증으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감염 이후 비브리오 패혈증으로 발전할지의 여부는 숙주의 상태가 중요합니다. 

패혈증 환자는 주로 만성 간질환을 앓고 있거나, 면역 억제 상태입니다. 

만성 간질환 환자가 비브리오 패혈증에 위험한 이유

아까 Vibrio vulfinicus는 주위 환경에 철이 많을 때 증식을 잘 하는 호철성 세균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패혈증은 세균이 혈액을 감염시켜 나타나는 전신적인 쇼크 증상입니다. Vibrio vulfinicus 감염이 비브리오 패혈증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혈액에 철 이온이 많이 녹아있어야 합니다.

동물체 안에 철은 철 이온과 transferrin이라는 단백질이 결합한 상태로 존재합니다. Vibrio vulfinicus는 이렇게 단백질과 결합해있는 철을 이용해서 증식할 수는 없습니다. 동물체가 세균의 증식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일종의 방어 전략인 셈이죠.

그러나 만성 간질환 환자들은 transferrin을 합성하는데에 문제가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더이상 철은 단백질과 결합해있는 상태가 아니라 이온 상태로 혈액 속에 녹아서 전신에 퍼집니다. 이 상태는 Vibrio vulfinicus가 혈액 속에서 증식하기 매우 좋은 상태지요.

Vibrio vulfinicus는 병원성 인자인 capsular LPS를 갖고 있습니다. LPS를 동물의 면역계가 인지하면 온갖 cytokine이 걷잡을 수 없이 분비되는 패혈성 쇼크 증상이 일어납니다.